본문 바로가기
Monolog

운평리에서

by signifiant 2011. 10. 5.

화옹방조제에 막혀 물길을 잃은 운평리 갯펄은 맨땅이 되었다

사실 맨땅이 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묵혀야 한다.

해마다 모내기를 하지만 모는 밑자라 무릎높이도 되지못한다.

추수하지 않는 모들은 선 채로 겨울을 맞고 선 채로 말라간다.

(차마 그 사진은 올릴 수가 없다)

제자리를 못찾는 유기체는 아마도 인간 뿐이리라

자신의 자리를 몰라 허둥대며

널뛰는 감정으로 괴로운 고등생명체들...


갈 길을 몰라 자폐하는 청년들이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학교로 모이고


몇 년이 흐른 뒤에도 그들은

시간을 끌어안고 쩔쩔매다가 제각기 흩어진다.


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 자리가 어디인가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라 무기력한 것이라고 한다면

몹시 비겁한 일이다.

누가 자신의 자리를 먼저 알아야 하는가.

---------------

@운평리


'Mono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박한 미래에 놀아주기  (3) 2012.01.03
기약 품기  (6) 2011.12.21
푸른 말들  (1) 2011.10.04
벗하여 놀아보기  (2) 2011.10.03
찬란한 귀소  (5) 2011.09.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