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olog223

생존신고 무언가를 벼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지냈다고 하면. 어깨를 부숴먹고 '쫄지 않기' 이상의 무언가를 했다면. 편애한 제자를 군대에 보내고 낳아 본 적이 없는 아들을 염려하게 됐노라 한다면. 한 자리에 오래 있어 보지 못하여 이제 내 자리를 봐두고 싶어 한다면. 근황을 이렇게 몇 자로 적어 두면 스위치를 켜듯 나를 떠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몇 년이나 방치해둔 이 집을 '휴면계정'이 차압하기 전에 다시 살아 보기로 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나를 알아 볼 누군가에겐 반가운 인삿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욕심껏 말이죠 '오래 된 것'이 새것으로 교체되는 것은 몹시 슬픈 일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결국 '오래 된 것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2015. 11. 2.
제목을 입력하세요. 명료한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질료와 형태(Metter & Form)라는 상이한 개념을 다루는디자이너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의 폐해는'거지같은 디자인' 에 그치지 않고사용자와 세상을 거지같이 만든다-------------------------------- 2012. 5. 9.
눈을 바라보는 방식 눈이 덮어버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시선만이 아니라 눈과 대면하는 그 자체가 어렵다흐려지는 소리와 색과 입체감을 다시 정의하려 애쓰는 사이눈은 풍경마져 덮는다 젊었던 시절에는 내가 본것을 당신도 보느냐고 득달같이 달려가 묻곤 했었다이제는 내가 보는 것을 당신도 보느냐고 묻지 않는다그냥, 그저 본다눈 앞에선 눈을 보는자만이홀로 선명하다누군가가 타인과 다르게 된다는외로움은 누군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가 타인과 다르게 보기때문이다.눈을 바라보는 방식이란 누구나 다 같다 -----------------------------Cafe 'Terra Rosa' @강릉 2012. 2. 27.
임박한 미래에 놀아주기 *"넌 지나치게 따져, 호불호가 분명한건 좋은데 좀 과해"'좀 느슨해도 좋지 않겠나?"송년회 때 절친이 내게 던진 '평가'가 그랬다**며칠 전 작년에 '새해'라고 말하던 미래가 왔다.***미래가 현재에서만 실현된다는 점에선 미래는 없다더불어 미래와 현재사이에 급격한 시간적 단절도 없다현재는 임박한 미래의 연속이고 아직 지나가지 못한 미래다생생한 것이 현재라면 필연적으로 일정한 '지속'이 따른다그것이 현재가 과거와 미래를 다 갖고 있는 이유다#근면과 성실은 흠 잡을데가 없는 덕목이다그런데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주기는 좀 그렇다.우리는 오랫동안 속아 왔다. 근면과 성실이라면 한 평생을 바쳐도 좋을 가치라고 말이다##좀 놀자, 놀아주자. 특별히 자기자신과 놀아주자타인이 생산한 아포리즘을 붇잡고 인생이 늙어간다면.. 2012. 1. 3.
기약 품기 기약 한 가지 쯤은 품고 살아도 좋은 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라도 좋고누군가에게 말하고픈 사연이어도 좋겠다 미완의 약속이거나 맹서면 조금은 흔한 것이겠고소급 불가능한과거의 무엇이라면 조금은 아플지도 모르지 그 중 무엇이이라도 상관없겠다기약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품어보는 일... 내게는 사람과의 기약이 으뜸이더이다 -----------------------주남저수지의 재두루미 2011. 12. 21.
운평리에서 화옹방조제에 막혀 물길을 잃은 운평리 갯펄은 맨땅이 되었다사실 맨땅이 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묵혀야 한다.해마다 모내기를 하지만 모는 밑자라 무릎높이도 되지못한다.추수하지 않는 모들은 선 채로 겨울을 맞고 선 채로 말라간다.(차마 그 사진은 올릴 수가 없다)제자리를 못찾는 유기체는 아마도 인간 뿐이리라자신의 자리를 몰라 허둥대며널뛰는 감정으로 괴로운 고등생명체들... 갈 길을 몰라 자폐하는 청년들이비싼 수업료를 내면서학교로 모이고 몇 년이 흐른 뒤에도 그들은시간을 끌어안고 쩔쩔매다가 제각기 흩어진다. 내가 무엇인지에 대해내 자리가 어디인가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라 무기력한 것이라고 한다면몹시 비겁한 일이다.누가 자신의 자리를 먼저 알아야 하는가.---------------@운평리 2011. 10. 5.
푸른 말들 증발의 속도는 인력(引力)에 앞선다 닿지 않는 말들도 파랗게증발한다 고향에서----------------------------signifiant의 폰카 2011. 10. 4.
벗하여 놀아보기 ----------------------동판저수지의 코스모스 201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