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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시간 개인전 2018

개인전 <새들의시간 2018>

by 시니피앙 signifiant 2019. 3. 28.

전시 서문

프레임에 갇힌 새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탐조가 무시된 새사진은 생명체라는 가치와 권위가 제거된 시각적 등가물이며 관음과 쾌락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새를 욕망충족의 대상으로 타자화 시키며 사진을 찍는 자신 또한 사진이라는 시선에 가두어 자신을 소외시킨다.

이런 태도는 대개의 새사진마저도 소위 이발소사진으로 전락시키는데 빛, 구도, 해상력, 놀랍거나 진귀한 장면만 난무할 뿐 어디에도 대상인 새를 지켜보는 촬영자의 인간적인 공감이나 새의 정체성, 생명체를 대하는 존중은 없다. 일찍이 일제가 남겨둔 전근대적 사진문법이 생태사진에도 덧입혀지는 것이다.

번식을 방해하며 찍은 새사진-촬영에 방해가 되고 구도가 안 나온다는 이유로 둥지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일은 예사이고 아예 주변 나무를 베어내기도 한다. 야행성 조류는 서치라이트를 동원해 둥지를 비추기도 하고 구멍속 둥지(물총새류, 물까마귀 등)는 막대기나 손을 넣어 꺼내서 찍기도 한다- 배경이 깨끗하고 빛이 좋은 둥지사진은 대체로 이런 결과다. 자라나고 있는 새끼 새를 볼모로 잡는 이런 행태는 어미새와 새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번식초기, 예컨대 포란 직전이라면 번식을 포기하기도 하고 이미 육추가 진행되었다면 이소를 앞당겨 덜 자란 새끼가 야생에서 일찍 죽음을 맞을 확률이 높다.

대개의 둥지는 천적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소에 짓기 마련으로 햇빛을 가리고 나뭇잎 등으로 숨기는 장소를 선택한다. 둥지에 지나치게 접근하여 어미의 급이를 방해하면 새끼는 발달이 더디고 심한 경우, 일부는 둥지 안에서 굶어죽는다. 갓 부화하여 눈도 못 뜨고 솜털조차 없는 새끼가 햇볕과 자외선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이태 전 우리 동네에 물꿩이 찾아왔는데 사진을 찍겠다고 50여 명이 온종일 따라다니며 섭식을 방해해 결국 새가 떠나기도 했다.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서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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