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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새가 물들이는 것

by signifiant 2009. 11. 4.



새는 바다를 물들인다.





10월을 방심하였던가

여름을 견뎌 [마침내] 온 가을을 느리게 동거할 양이었으나

11월이 되자마자 날세운 바람이 볕을 베고 바다를 깎아낸다.

시화는 바다만 매립 된것이 아니었다.

뻗을 곳을 못찾은 볕은주황으로 散亂하고

놀란 바다는 鳴을 세워댔다.



아무르강 어딘가, 북방의 어디선가 만 겁의 찬 바람을

가져 온 새들이 혹은,새들을 따라 온 바람이

십보 너비에 갖힌 시화를 기습한다.

나는 당황하고 시화는 요동쳤으나

산란하는 볕은 새들의 등에서 빛나고

새들은 바다를 물들인다.



이제야 나는 알겠다.

볕과 바람과 바다와 새가

만 겁동안이나 투명했고 또한 같았다는 것을!



새들이 가져온 바람은, 새들을 따라온 바람은

고요하고 정갈하게 바다를 물들인다.

아니, 무엇이거나 가름할 필요 따위는 애초에 부질없다.

바다를 물들이는 그 순간을 어쩌면 우리가 만 겁동안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

어쩌면 우리도 볕과 바람과 새들과 바다와

매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것

내가 목도하였음을 가름하지 않는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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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물들이는 시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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