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바다를 물들인다.
10월을 방심하였던가
여름을 견뎌 [마침내] 온 가을을 느리게 동거할 양이었으나
11월이 되자마자 날세운 바람이 볕을 베고 바다를 깎아낸다.
시화는 바다만 매립 된것이 아니었다.
뻗을 곳을 못찾은 볕은주황으로 散亂하고
놀란 바다는 悲鳴을 세워댔다.
아무르강 어딘가, 북방의 어디선가 만 겁의 찬 바람을
가져 온 새들이 혹은,새들을 따라 온 바람이
십보 너비에 갖힌 시화를 기습한다.
나는 당황하고 시화는 요동쳤으나
산란하는 볕은 새들의 등에서 빛나고
새들은 바다를 물들인다.
이제야 나는 알겠다.
볕과 바람과 바다와 새가
만 겁동안이나 투명했고 또한 같았다는 것을!
새들이 가져온 바람은, 새들을 따라온 바람은
고요하고 정갈하게 바다를 물들인다.
아니, 무엇이거나 가름할 필요 따위는 애초에 부질없다.
바다를 물들이는 그 순간을 어쩌면 우리가 만 겁동안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
어쩌면 우리도 볕과 바람과 새들과 바다와
매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것
내가 목도하였음을 가름하지 않는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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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물들이는 시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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