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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내것이 아닌 것들은 사무치지

by signifiant 2011. 2. 22.

산다는 것은 어째서

내가 아닌 것들만 사무치는 걸까

젊디젊어서 내가 새것일 땐

뭇세상에 선명한제목한 줄 던져놓고 싶었지


어설피 지어낸게 아니라

근사하게 잉태해서 낳아놓고 싶었지


염소처럼 놀랄 일도, 병아리처럼 울 일도 그닥 없이

산다는 것에 익숙 할



부처님같은 화두 하나 품고 살기를

내가 새것일 땐 간절히 열망했었지

그러나 더 이상 새것이 아닌 지금도

근사한 제목은 커녕


남이 쓰는낱말 하나도 주워오지도 못했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영영 부적응인 것인지도 몰라

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

아무 곳도아닌 곳에서 누구도아닌 익명이 되고싶어

거기서는 어쩐지토 하나 달지 않고

살 수 있을것만 같거든



다시 새것일 수 있어서

정말 그럴 수 있을것만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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