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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가거도

by signifiant 2011. 4. 12.

육지에서 멀수록

새들은 가깝다

그래서 새를 보는 사람들은

섬으로 떠난다

[가거도]

목포에서 4시간 30분.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보다는

얼마나 먼가가 중요하다

멀리 갈수록, 서쪽으로 더 멀수록 좋다


서남단의 가장 먼 유인도

걸어서 2시간의 크기


섬은 어디이건아슬한 중력의 비탈이거나

아득한 시간의 벼랑이다

비정상적으로 가까운 새들은

때로 어깨를 스치고 발치에 걸린다.


육지에서 먼 섬일수록

밟히는 새가 없는지를 염려해야 한다

손으로 쥐어도 잡히고

날아도 어깨를 스치는그들에게

살려는 본능 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섬에서 새를 본다는 것은

죽음 문턱에 걸쳐진 새들의 임계거리를 탐한다는 것이다


섬에서 새를 보노라면

공중에는새들의 잔등냄새가 나고

땅에는 솔잎파편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섬에서는 새들이 가깝다

새를 만나러 섬으로 간다는 것은

저미는 설레임을 각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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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니피앙의 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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