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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의 새 2주나 지나서 늑장 포스팅 2011. 4. 22.
가거도 육지에서 멀수록새들은 가깝다그래서 새를 보는 사람들은 섬으로 떠난다[가거도]목포에서 4시간 30분.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보다는얼마나 먼가가 중요하다멀리 갈수록, 서쪽으로 더 멀수록 좋다 서남단의 가장 먼 유인도걸어서 2시간의 크기 섬은 어디이건아슬한 중력의 비탈이거나아득한 시간의 벼랑이다비정상적으로 가까운 새들은때로 어깨를 스치고 발치에 걸린다. 육지에서 먼 섬일수록밟히는 새가 없는지를 염려해야 한다손으로 쥐어도 잡히고날아도 어깨를 스치는그들에게살려는 본능 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그러므로섬에서 새를 본다는 것은죽음 문턱에 걸쳐진 새들의 임계거리를 탐한다는 것이다 섬에서 새를 보노라면공중에는새들의 잔등냄새가 나고땅에는 솔잎파편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섬에서는 새들이 가깝다새를 만나러 섬으로 간다는 .. 2011. 4. 12.
큰물떼새 - Oriental Plover 큰물떼새: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학명: Charadrius asiaticus veredus영명:Oriental Plover몸길이 : 22.5cm.첫 만남...한없이 착하고 맑은 새아직 한 살이 되지 않았을것같다.태어나 그해 겨울을 호주에서 보냈을테고다시 고향인 트란스바이칼리아(몽골)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머물렀겠지자동차로 4시간, 다시 배를 타고 4시간...그쯤이야! ----------------------가거도 2011. 4. 10.
4월, 새벽의 물수리 여명의 강위에물 수리언케니한 광경 오스프레이(Osprey)...기괴한 이름이구나! 일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이름을 곰씹어 본떠 있는 강 2011. 4. 4.
무제 어둠을 밀어내고 나선새벽 강 새를 본다는 것은---------------------------------몰염치하고 뻔뻔한 일이다. 2011. 4. 4.
형태의 멸절 형태가 재료라는 물리적 기층에 깃든다고 생각하는 것은의심의 여지가 없는 법칙이었다재료가 가진 물리적 '존재'로부터 형태는 분리하여 상상할 수 없다.형태가 물질과 에너지와는상관없는 순수한 사유의 세계에 있는 것이라면 형태는 디자이너가 바라는대로순순히 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심지어 강철까지도기하학적 드로잉의 파편들로 환원되어다시금 기하학적 형태로 재조립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을 다르다고 인식할뿐만 아니라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형태는 멸종했는지도 모른다 2011. 3. 21.
홍여새 Japanese Waxing 새들은 이쁘고사람은 기쁘고 ----------------------부산의 홍여새 2011. 3. 4.
남쪽의 멋쟁이 휘이~ 휘이~ 가느다란 휘파람소리는바람에 묻힐만큼 작다그래도 방향은 가늠할 수 있다.저 사철나무 울타리작다고 해서 소심하지도 않다.오히려 드러내고 싶어하는 태거리가 분명하다.은근슬근 다가서는 나를 봤을텐데도세련된여유를 부린다. 그래, 너희는 그래도 될 만하다.무어 감출게 있을라구. 생면부지의사철나무 주인장과 인사까지 터놓고도숨는건 외려 내쪽이다.햇볕과 마주한 한 자 두께의 울타리그 엉성한 뒷편에 이런 고요가 있다니!마른 땅을 골라앉는 동안에도이놈들은 나보다 대범하다 무언가비현실적인 편안함.성찬 앞에서는 임계도 모호해질 수 있나보다."툭 툭" 사철의 꽃덩이를 따는 소리카메라는 그걸 잡아주질 못한다. 성찬이 벌어지는사철나무 그늘 뒷편에선겨울이 휘발하고 있다.-----------------창원시 봉림동 2011. 2. 24.
내것이 아닌 것들은 사무치지 산다는 것은 어째서내가 아닌 것들만 사무치는 걸까젊디젊어서 내가 새것일 땐뭇세상에 선명한제목한 줄 던져놓고 싶었지 어설피 지어낸게 아니라근사하게 잉태해서 낳아놓고 싶었지 염소처럼 놀랄 일도, 병아리처럼 울 일도 그닥 없이산다는 것에 익숙 할 부처님같은 화두 하나 품고 살기를내가 새것일 땐 간절히 열망했었지그러나 더 이상 새것이 아닌 지금도근사한 제목은 커녕 남이 쓰는낱말 하나도 주워오지도 못했네어쩌면 산다는 것은영영 부적응인 것인지도 몰라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아무 곳도아닌 곳에서 누구도아닌 익명이 되고싶어거기서는 어쩐지토 하나 달지 않고살 수 있을것만 같거든 다시 새것일 수 있어서정말 그럴 수 있을것만 같거든 ------------------------- 2011. 2. 22.